Issue 98, Nov 2014
심리적 검열과 아트
psychological censorship & art
법이나 규칙으로 가늠되는 시시비비 이외에 또 다른 검열 단계가 존재한다. 바로 ‘심리적 검열’을 말하려는 것인데, 이는 삶과 관련된 모든 장르에 적용된다. 한 가지 예로, 토마토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즈(Heinz)’는 한때 초록색케첩을 내놨었다. 보다 신선한 토마토를 상징하며, 보편화된 케첩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야심을 바탕으로 하인즈는 초록색 이외에 보라색과 파란색케첩까지 선보이며 시장을 긴장시켰다. 허나 대중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고 야심차게 등장했던 초록색케첩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야했다. 시간과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호’를 무시한 하인즈의 처사가 대중들의 심리적 검열에 걸린 것이었다. 이처럼 심리적으로 가동되는 센서십은 특히 예술에서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해진 룰과 법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예술이기에, 심리적 잣대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까닭이다. 삶 속 사건들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어나더뷰’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최근까지 미국 뉴욕의 사우스 브롱스의 일화를 바탕으로 미술과 심리적 검열의 관계를 살펴본다.
● 기획 · 진행 편집부 ● 글 이나연 미국통신원
존 에이헌(John Ahearn)이 만든 '레이몬드(Raymond)'. 반려견 핏불을 데리고 다니며, 후디를 쓰고 화려한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레이몬드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